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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픽스 처방, 혈우병 환자만 아는 '비밀 처방'(?)
  • 병의원, '그래도 삭감되지 않을까…' 방어 진료 일삼아
  • [메디컬투데이 장은주 기자] 9인자 응고인자가 부족한 혈우병 환자에게 필요한 '베네픽스' 처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를 토로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혈우병 환자 김 모씨는 "다리가 부러져 갔는데도 (베네픽스 처방을) 평상시 용량으로밖에 투여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혈우병 환자들은 베네픽스 처방에 대해 출혈이 심해 한 달 7회분을 다 쓰고도 투여량을 처방받을 수 없거나 평소 자신이 투여받는 베네픽스 대신 훽나인 처방을 받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9인자 부족한 혈우병 환자, 왜 베네픽스 요구하나

    혈우병은 혈액 응고인자 결핍으로 인해 나타나는 선천성 출혈성 질환을 의미한다. 혈우병 환자는 혈액을 스스로 응고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평생동안 응고 인자를 투여받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혈우병 환자의 75~80%는 제 8 응고인자 결핍(A형 혈우병)을 앓고 있으며 제 9 응고인자의 결핍(B형 혈우병) 증상을 겪는 환자는 20%에 채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9인자 혈우병을 치료제로 훽나인과 베네픽스 처방을 주로 이용한다.

    훽나인은 9인자 복합제제 치료제로 한달동안 10회 원외처방 받을 수 있다. 현재 훽나인은 1IU 당 213원의 가격이 책정돼 있다.

    베네픽스의 경우 1IU 당 831원의 가격이 책정돼 있어 훽나인보다 비싸고 한 달 7회 원외처방이 가능하도록 급여기준에 권고돼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훽나인보다 베네픽스 처방을 요구한다. 이는 훽나인과 베네픽스가 제조방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

    녹십자 훽나인의 제조방식은 혈액 유래 제제를 사용하고 있고 화이자 베네픽스의 경우 유전자 재조합 방식을 이용해 감염이 우려된 환자들이 베네픽스를 선호한다. 혈우병 환자들은 가격부담보다 생명과 직결된 안전을 더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 베네픽스 추가 처방, '삭감 눈치' 시달리는 의사

    이처럼 혈우병 환자들의 경우 단일제제 제조방식인 화이자 베네픽스 처방을 선호하지만 한 달 투여량을 다 받은 환자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는 병의원에서 방어 진료를 이유로 베네픽스 처방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코헴회 김영로 사무국장은 "한 달 7회 처분을 다 쓰고도 출혈이 생겨 병원에 가도 규정대로 2회의 추가처방을 받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횟수제한이 덜한 다른 약품 사용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하나의 약만을 사용해 온 환자들은 다른 약 처방을 받을 때 망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병의원에서 의사 소견서를 귀찮아하거나 과잉진료로 평가받을 것을 두려워 해 베네픽스 처방을 꺼리고 있다"며 "심평원에서 법적으로 규정해 놓은 것도 지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코헴회에 따르면 현재 베네픽스 처방을 병의원에서 꺼리는 이유는 심평원 측이 행하고 있는 '사유확인' 이라는 것이다.

    이는 출혈이 심한 혈우병 환자에게 베네픽스 처방을 한 의원에게 심평원측이 과잉진료로 오인해 건보료 삭감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법으로 베네픽스 추가 처방을 규정해 놨지만 병의원 측에서 '건보료 삭감'을 우려, 스스로 베네픽스 처방을 꺼린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연세재활의학과의원 박종률 원장은 "(베네픽스 추가 처방 시)의사들이 차트에 기록하고 쓰는 것이 눈치 보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약의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처방하도록 돼있지만 유독 베네픽스 처방만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베네픽스의 경우 평소 36IU를 처방받지만 중증도의 경우 48IU를 처방받도록 규정돼있는데 이는 평소 용량보다 30%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약가의 차이가 굉장하다. 또한 베네픽스 처방 시 여러가지 규정을 지키지 못해 건보료 삭감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건보료 삭감을 두려워한) 방어적 진료로 인한 병의원의 태도로 인해 고스란히 환자들의 피해로 직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원장은 "방어진료를 하다보면 결국 환자가 피해를 당한다"며 "건보료 삭감이 두려워 환자에게 투약해야 하는 의약품의 투여량을 하향 조정해 투여하거나 다른 약을 처방 한다면 혈우병 환자의 출혈이 천천히 멈추거나 빨리 멈추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여해야 하는 양을 투여하지 않고 그 이하의 투여량을 결정해 처방하게 될 경우 혈우병 환자에게서 장이나 관절 등에 퇴행 현상을 일으킬 수 있고 관절손상을 가속화 시키는 현상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장은주 기자 (jang-eunju@mdtoday.co.kr)
    장은주 기자 블로그 가기 http://jang-eunju.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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